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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0 21:37 수정 : 2010.08.10 21:37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에 즈음해 어제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역사의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이를 인정하는 겸허함을 갖고 스스로의 과오를 솔직하게 되돌아보고자 한다”며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다대한 손해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간 총리의 담화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 이후 오히려 퇴행해온 일본의 역사인식을 무라야마 담화 수준으로 되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무라야마 담화의 기본 수사를 답습하고 있지만, 식민지배가 한국인들의 뜻에 반해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조선왕실의궤 등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은 일부 진전으로 볼 수 있겠다. 일본 민주당 정부가 참의원 선거 패배로 어려운 환경에 있음에도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담화가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바탕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우선 강제병합 조약을 무효로 선언하지 않았다. 두 나라 지식인들은 “병합조약은 조선(한국)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된 것으로 원천무효”라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해왔으나, 담화는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것에 그쳤다. 식민지배의 강제성이야말로 불의부당한 합병의 증거다. 따라서 이 조약을 무효로 하지 않은 채 “과오를 솔직하게 되돌아”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둘째로 한-일 관계의 핵심 쟁점인 독도 및 역사교과서 문제, 군대위안부·징용자 등에 대한 보상, 재일동포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할 별도 추도시설 건설 등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한-일 신시대로 가긴 어렵다. 일본 쪽은 의궤 반환 결정도 어려운 일이었다고 주장하겠지만 약탈 문화재 반환은 의무이지 생색낼 일이 아니다.

셋째, 무라야마 담화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가 아닌 총리 담화의 형식을 취했다. 무라야마 담화 이후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 퇴행은 담화가 법적 기속력이 없었던 데서 비롯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식민지배의 또다른 피해 당사자인 북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 점도 문제다. 북한에 대해서도 분명히 사죄하고 북-일 관계 개선의 청사진을 밝히는 게 온당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행동을 통해 반성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새로운 한-일 관계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관련 기업이나 절 등에 맡겨놓고 있는 유골 반환 문제라도 정부가 직접 관여해 서두른다면 달라질 수 있다. 북한과는 국교가 없다는 이유로 시작도 않고 있지만, 바로 이런 인도적 사안부터 논의를 시작해 관계개선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일본이 식민지배의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하는 일은 피해자인 한반도 주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일본 스스로도 잘못된 과거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자유로워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 사회의 더 큰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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