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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재철 사장, 뭐가 켕겨 ‘조인트 발언’ 고소 포기하나 |
권력층이 <문화방송> 사장의 조인트를 깠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유야무야되고 있다. 고소하겠다고 펄펄 뛰던 김재철 사장이 발언 당사자인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고소하지 않겠다고 그제 슬그머니 물러선 것이다. 문화방송을 만신창이로 만든 사건이 그 사장에 의해 허무개그로 끝나는 셈이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 3월 문화방송 지역·계열사 등에 대한 인사를 김 사장 혼자 한 게 아니라는 등 김 사장이나 방송으로선 절대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김 사장을) 큰집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좌파 대청소’에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문화방송의 최대 주주인 방문진은 물론 권력층이 직접 나서서 김 사장을 쥐고 흔들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여부를 떠나 김 사장 개인의 명예가 달린 발언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폭력적 위협이었다.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자신의 명예는 물론 공영방송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힐 책임이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이 고소를 포기하기로 한 이유를 보면, 그가 과연 공영방송 사장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이미 사퇴한 사람을 고소하는 건 “죽은 사람에게 다시 칼을 들이대는” 것이며, 자신이 고소하면 <한겨레> 같은 언론이 이 문제를 다시 상기시키는 기사를 쓸 것이고,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여러 가지 비판이 나올 것이라는 변명을 늘어놨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자신도 죽고 회사도 죽을 거라고 덧붙였다. 치졸하기 이를 데 없다. 사실을 밝히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 데 진보가 어디 있고 보수가 어디 있을까. 매사에 편을 갈라 빠져나가려는 모습은 추잡하기까지 하다. 진실을 밝히는 노력이 회사를 죽일 거라는 소리를 어떻게 언론사 사장이 입에 담을 수 있을까.
문화방송 노조는 김 사장의 약속 파기와 변명을 볼 때, 권력층으로부터 조인트를 까이고 매도 맞고 해서 변칙 인사를 했을 가능성이 더 확실해졌다고 간주하고 있다. 게다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목숨처럼 여겨야 할 신뢰를 내팽개쳤다고 말한다. 전적으로 옳은 지적이다. 김 사장은 진실을 분명히 밝히거나, 아니면 문화방송을 당장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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