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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5 22:38 수정 : 2010.08.16 09:00

이명박 대통령의 어제 65돌 광복절 경축사는 실망스럽다. 이제 반환점을 도는 임기를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새로운 국정운영 비전을 제시할 좋은 기회였음에도 자화자찬과 공허한 수사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통일방안과 남북관계에 대한 내용은 그렇잖아도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더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경축사는 크게 ‘공정한 사회’를 내세운 국내정책 분야와, 3단계 통일론을 중심으로 한 남북관계 분야로 나뉜다. 공정한 사회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주장해온 이른바 친서민 중도실용 기조를 새롭게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비 절감 대책과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 등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기존 정책만 나열했을 뿐 정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발상의 전환은 없었다. 이전과는 다른 ‘삶의 정치’를 주장하며 개헌 논의를 국회에 요구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통령이 이번에 처음으로 내놓은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그는 “우선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는 평화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비핵화를 그 전제로 삼았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로 포괄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 경제 통합을 준비하는 경제공동체를 설정했다. 결국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교류·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전의 어떤 통일방안보다도 퇴행적이다. 노태우 정권 때인 1989년 발표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조차 평화정착과 교류·협력 강화 단계를 떼어놓지 않았다.

이번 통일방안은 북한 핵 폐기를 가장 우선한 비핵·개방·3000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이 정책이 이미 실패로 드러난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상태인 지금의 남북관계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공언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분단 상황의 관리를 넘어서 평화통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구체적 방법론을 내놓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기존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래서는 새 통일방안이 통일로 가는 청사진이 되기는커녕 한반도 긴장을 더 높이는 소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제기한 통일세 문제도 시의에 맞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현안을 가리려는 정략적 동기가 강해 보인다. 언젠가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 그 재원 조달 방안으로 통일세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아주 나쁜 상황에서 이 문제를 꺼내서는 북한 체제의 붕괴와 흡수통일에 기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도 통일세를 거론하기 전에 4대강 사업부터 중단하는 게 맞다. 지금은 통일세를 말할 때가 아니다. 남북이 기본적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정상화하는 게 더 급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고비 때마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친서민 중도실용이나 평화통일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고 해서 국민의 팍팍한 삶이 갑자기 나아지거나 남북관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깊은 반성과 전면적인 정책 전환만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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