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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보를 되레 위태롭게 할 대북 군사대응 지침 |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것인가, 되레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인가. 군과 정부에서 최근 전개되는 국방 대응태세 논의들은 이런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다. 타당성과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치부됐던 아이디어들이 별 근거도 없이 불쑥불쑥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앞으로 북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해안포를 쏠 경우 즉각 대응사격을 실시하는 쪽으로 작전지침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북 해안포탄이 북방한계선 남쪽에 떨어지더라도 경고통신을 3회 한 뒤 경고사격을 하도록 해왔다. 남쪽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응사격을 바로 하진 않았다. 그런데 새 지침은 최소한의 완충장치마저 없애겠다는 것으로, 북방한계선 주변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게 분명하다. 따라서 이런 움직임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검토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무엇보다 북의 도발을 억지하고 전쟁을 방지한다는 군의 기본 임무에 어긋난다. 가뜩이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간에 핫라인이 사라진 상태다.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의도나 실수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군 혹은 통수권 수뇌부의 종합적 판단 없이 현장 지휘관이 즉각 대응하도록 한다면 사소한 상황이 충돌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외국에서도 전쟁상태가 아닌 한 일선 부대에 즉각 대응 권한을 부여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심지어 냉전시기의 미국과 소련도 핵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핫라인을 통해 우발적 사고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를 가동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검토중인 ‘대북 선제타격론’도 마찬가지다. 북이 도발하려 할 때 그 근거지를 먼저 공격하겠다는 것인데, 역시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발상이다. 남쪽의 선제공격에 맞서 북쪽도 전면적으로 대응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이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이런 전략은 위헌 소지가 있다. 선제공격 행위는 국제법적으로도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
남쪽이 현재의 전략 개념과 군사력 수준으로도 대북 전쟁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여러 근거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별다른 사정 변경도 없이 기존 전략 개념을 마구 뒤흔드는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순수한 안보 차원의 접근보다는 냉전주의자들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를 앞세웠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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