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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도둑도 빠져나갈 핫바지 청문회, 이대론 안 된다 |
총리·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내일부터 시작된다. 공직후보자의 됨됨이와 정책을 검증하는 절차지만, 이번 청문회가 그런 구실을 제대로 할지는 의문이다. 핵심 의혹을 밝힐 주요 증인들의 청문회 출석조차 불투명할 정도로 허술한 탓이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 청문회부터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그에게는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수만달러를 받은 의혹이 아직 남아 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뉴욕 한인식당 주인 곽현규씨가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했다. 검찰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내사종결 처리했지만, 의혹이 풀린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박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기 어렵다고 하고, 곽씨는 청문회를 앞두고 아예 잠적해버렸다. 김 후보자 사건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도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래서야 어떻게 의혹을 규명할 수 있겠는가.
다른 후보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부터 연임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의 대상이지만, 정작 남 사장은 청문회 직전에 유럽 출장을 떠난다고 한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한나라당 단독으로 인사청문회 요청안을 처리하는 바람에 증인 신청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 부실 청문회는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비협조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청문 대상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진상을 밝히자면 국세청의 상세한 납세정보 등이 필요한데, 기본 자료조차 엊그제에야 겨우 청문위원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추가자료 요구에 대해서도 내부결재 등을 이유로 미적댄다고 하니, 청문회 전에 자료를 살펴볼 시간도 모자랄 형편이다. 일부러 검증을 어렵게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만하다.
그러잖아도 정부가 인사청문회를 그저 시간만 보내면 되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긴다는 비판이 무성한 터다. 검증을 제대로 하려면 국회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거나 위증을 한 증인에 대한 고발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불성실한 자료 제출을 막는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 스스로 실속 있는 청문회가 되도록 의원들을 독려해야 한다. 지금대로라면 ‘세탁소’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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