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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관 부적격자’로 확인된 이재훈 후보자 |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도덕성 의혹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그중에서도 쪽방촌 투기와 김앤장한테서 받은 거액의 급여 문제만큼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다른 곳도 아닌 쪽방촌까지 투기의 손길을 뻗친 것은 전문 투기꾼 뺨치는 행태인데다, 퇴직 뒤 곧바로 대형로펌의 품에 안겨 거액을 챙긴 점 역시 고위공직자의 처신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인사청문회에서 어떻게 해명하고 사과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잘못된 행위 못지않게 해명과 사과 역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쪽방 투기에 대해 어제 이 후보자는 말로는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이 말에는 진정한 뉘우침이나 자책의 심경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사과한다는 것인지부터 아리송하다. 그는 단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서민들의 어려움까지 활용해 재산을 불려온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 후보자는 쪽방 투기를 놓고 여전히 “노후 대비용”이라고 둘러댔다. 오피스텔과 상가 등을 세 군데나 가지고 있는 재력가가 노후 걱정 때문에 쪽방에 손을 댔다고 주장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집 한칸, 예금 한푼 없는 대다수 서민들이 이런 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장관으로 임명되면 친서민 정책을 펼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평생을 ‘반서민’으로 살아오다 갑자기 ‘친서민’으로 개과천선하겠다는 그의 다짐이 역겹다.
김앤장에 근무하면서 불과 15개월 사이에 5억여원을 받은 대목에 대한 해명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이 후보자는 대형 정유사들의 엘피지 판매가격 담합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에 관여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다른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도 자문을 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단지 경제 흐름과 방향에 대해 조언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식견과 경륜이 얼마나 훌륭한지는 몰라도 이런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가 장관이 될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고 김앤장이 ‘선투자’를 했다는 말이 더 솔직한 설명일 것이다. 삶의 이력뿐 아니라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정직성과 신뢰성 등 모든 면에서 이 후보자는 장관으로는 부적격자라고 결론내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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