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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한나라당, ‘초록이 동색’이라고 비리 봐주나 |
엊그제 열린 이재훈 지식경제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 도중 자리를 비우는 등 의욕을 보이지 않았고, 여당 의원들은 명백한 투기조차 대놓고 옹호했다. 검증이 제대로 됐을 리 없다.
야당이 국민의 눈길을 무겁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 무엇보다 놀랍다. 청문 대상인 이재훈 후보자는 ‘쪽방촌 투기’ 등으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는 사람이다. 로펌에서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것을 두고서도 여러 의심이 있다. 오죽하면 여당 안에서까지 사퇴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마땅히 엄하게 검증해야 하는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사실상의 태업을 했다. 김재균 의원은 본격 질의가 벌어진 오후부터 지역구에 내려가 있었고, 노영민·김진표 의원도 자리를 비웠다. 국민을 대신해 의혹을 추궁해야 할 청문위원의 사명을 내팽개친 것이다. 이 후보자가 호남 출신인 탓에 민주당이 그렇게 무뎌진 것 아니냐는 따위 여러 말도 나돈다. 그런 말이 나오게 된 것부터가 부끄러운 퇴행이다.
각종 문제 있는 정책을 입안했던 박재완 후보자 역시 정책방향을 하나하나 따져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도 청문회는 오후 일찍 끝났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 등은 그전에 이미 자리를 비웠다. 국회 스스로 청문회를 형식적인 통과의례 따위로 떨어뜨린 셈이다. 정부 잘못을 지적하고 그 위험을 경고하는 야당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열정도 찾기 어렵다. 그러고도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에겐 아예 국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서민들의 생활터전을 투기의 무대로 삼은 이 후보자를 두고, 한나라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하나같이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김정훈·김태환·홍일표 의원은 “치명적인 도덕적 하자는 아니다”, 이상권 의원은 “그 정도면 봐줄 만하다”, 이명규 의원은 “별것 아닌 것 같다”, 김성회 의원은 “불순한 의도는 아닌 것 같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국민의 공분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 스스로 그런 행태에 젖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진 않을 것이다. 초록이 동색인 탓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청문회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여야 모두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 국민의 엄한 눈길이 두렵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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