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특권계층을 위한 학교로 드러난 자사고 |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가 귀족학교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올해 자사고로 지정된 서울의 13개 학교 학부모들을 전수조사해 어제 발표한 결과를 보면, 신입생의 25.1%가 전문·경영관리직 아버지를 두고 있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를 제외하면 그 비중이 29.6%로 올라간다. 2학년과 3학년의 전문·경영관리직 자녀 비율은 19.5%와 18.8%로 자사고 지정 후 고소득층 비중이 대폭 는 것이다. 반대로 저소득층의 비중은, 전체 20%를 배정하도록 돼 있는 사배자 특별전형에도 불구하고, 10% 가까이 줄었다.
또 차별화된 교육을 통해 사교육 수요를 학교 안으로 흡수한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자사고에서 사교육은 오히려 늘고 있음도 확인됐다. 신입생의 사교육 비율이 2학년보다 높을 뿐 아니라, 5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을 받는 비율 역시 2학년은 물론 3학년보다도 높았다. 고액 사교육을 못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배자를 제외할 경우, 그 비중은 17.5%로 2학년의 12%보다 무려 5.5%포인트나 높다.
자사고 도입을 주도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의 책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에서 자사고는 학교 교육이 책임성을 갖도록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하는 일이라면서 자사고가 귀족학교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 조사에서 보듯이 그가 말한 선택권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일 뿐이었다.
이렇다 보니, 자사고에 대한 비판을 약화시키기 위해 구색맞추기로 끼워넣은 사배자 전형을 통해 들어간 학생들의 심적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또래 집단에 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선행학습을 한 다른 학생들과의 학습 격차를 메울 길 없어 성적이 하위권으로 추락했다는 학생의 증언은 자사고란 제도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만들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것 말고도 올해 갓 도입된 자사고가 한국 고교 교육에 드리운 그림자는 짙기만 하다. 입시 부정의 초점이 됐을 뿐 아니라, 다양하고 특색 있는 학교라는 목표는 허울뿐이고 입시 명문고가 되기 위해 각축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제도를 주도한 이주호씨가 교과부 장관이 되려 한다. 한국 교육이 어디로 갈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