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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23 20:07 수정 : 2010.08.23 20:07

어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보인 모습은 그가 치안총수로서 모든 면에서 자격 미달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는 정직하지도 솔직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려고도 하지 않았다. 핵심을 피해가는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어떻게든 발등의 불만 끄고 넘어가려 하는 태도는 구차하기 짝이 없었다.

관심의 초점인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그는 “송구스럽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다 결국 “그런 내용이 인터넷에 게재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정보나 근거가 있어서 한 말이 아니라 한낱 인터넷상에 떠도는 뜬소문을 갖고 한 말이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의 발언이 불러온 엄청난 정치·사회적 파장을 생각하면 참으로 허망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차명계좌 조사 특검을 도입하자고 주장해온 한나라당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돼버렸다.

그런데도 조 후보자는 “특검 문제는 국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발뺌했다. 특검론 자체가 애초 자신의 허튼 발언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이제 와서는 특검을 하든 말든 자신은 알 바가 아니라는 식이다. 이런 이율배반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는 “노 전 대통령과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이 진정성을 갖고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럽게 한다.

거액의 부조금 논란에 대해서도 조 후보자는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모친상 부조금으로 무려 1억7천만원을 챙겨 펀드에 넣었다니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부조금은 5만원 이하만 받으라는 경찰윤리강령이 휴짓조각이 돼버렸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모친상을 한몫 챙기는 기회로 여기지 않는 한 고위공직자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부적절한 처신이다.

그를 둘러싼 법적·도덕성 시비는 막말 논란이나 억대 부조금 문제뿐 아니라 위장전입, 무리한 실적주의 조직 운영 등 손가락으로 일일이 꼽기도 힘들 정도다. 특히 위장전입은 치안총수가 되기에는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아닐 수 없다. 법치주의 확립을 본령으로 삼고 있는 경찰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갈 수 있겠는가. 게다가 조 후보자는 이제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서도 벗어나기 어렵다. 이쯤 됐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본인에게나 15만 경찰, 그리고 임명권자를 위해서도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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