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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태호·신재민·이재훈·조현오, 안 된다 |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는 심경은 참담하다. 대한민국에 정말 이런 인물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절로 든다. 무더기로 드러난 탈법·불법·부적절 행위는 둘째 치고라도 거짓말과 발뺌을 일삼는 태도는 실망을 넘어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부적격 후보자들을 깨끗하게 물러나게 해야 한다.
누구보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결격사유는 심각하다. 그는 부인이 대학 강의 가는 길에 관용차를 상습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총리 자격이 없다. 정부 재산을 버젓이 빼돌려 사용한 사람이 어떻게 전체 공무원의 복무태세를 감독하겠는가. 10억원의 정치자금을 부친 등의 명의로 불법 대출한 은행법·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도 큰 문제다. 그는 이밖에도 여러 건의 현행법을 위반했다. 대통령이 법과 상식을 존중한다면 마땅히 그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비위 및 부적격 건수를 꼽기에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특히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 시절 기업한테서 승용차 렌트비를 제공받은 대목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을 만한 일이다. 참여정부의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은 지인한테서 렌터카를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비슷한 혐의로 누구는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까지 하고 누구는 한차례 사과로 장관이 된다면 그건 결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장관 후보자로서 부적절한 행태임은 물론이고 수사당국의 엄정한 조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김앤장에 15개월 근무하고 5억원가량을 받았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 자문에 응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이런 주장을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그가 이곳에서 거액의 보수를 받은 것은 이런 법률 취지에 비춰 의문을 자아낸다. 전말을 명확히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쪽방촌 투기 등만으로도 그는 공직자 자격이 없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청문회에서 “그런 내용이 인터넷에 게재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근거가 아니라 떠도는 소문을 갖고 한 말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게 불가피한 상태다.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의 인물을 경찰 총수에 기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동일한 비위 사실도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한결 엄정히 따지는 게 마땅하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중복게재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미국 국적인 딸이 자격을 갖추지 않고 국내 건강보험을 이용한 사실이 들통났다.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는 장녀 증여세를 탈루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고도 해당 분야의 책임자가 되겠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나는 바담풍 하지만 너는 바람풍 하라’고 한다면 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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