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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빈곤 고착화시키는 최저생계비 산정기준 |
극빈층에 대한 지원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올해도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그제 내년도 최저생계비를 올해보다 5.6% 올리기로 결정했다.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걸 생각하면 너무 낮은 인상률이다. 국민 평균소득과 최저생계비의 격차도 줄기는커녕 더 벌어지게 됐다. 극빈층 복지 지원을 통한 양극화 완화는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최저생계비를 결정할 때 생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탓이 크다. 현실을 몰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3년마다 한번씩 실제로 필요한 최저생계비를 조사하는데, 올해가 바로 조사가 있던 해다. 그럼에도 최저생계비는 쥐꼬리만큼 올랐고, 지역별 생활비 격차나 장애인 가구 같은 가구별 특성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제까지 조사가 없는 해의 경우 최저생계비를 물가상승분 정도만 올려온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물가만 반영해서는 빈곤층의 실질 생활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국민 평균소득과 빈곤층 소득 사이의 격차도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고착화할 판이다. 내년부터는 조사가 없는 해의 경우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 물가상승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극빈층은 앞으로 3년 동안 생활 향상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이런 문제점들을 푸는 최선의 방법은 국민 평균소득과 최저생계비를 연계하는 것이다. 최저생계비를 평균소득의 40% 또는 50%로 하는 식으로 기준을 바꾸자는 얘기다. 이렇게 해야 빈곤층의 생활수준도 개선되고, 복잡한 최저생계비 산정 과정도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이와 함께 지역별 생활비 격차나 가구별 특성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할 제도 개선이 더없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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