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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갑작스런 ‘김정일 방중’과 우리 정부가 할 일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어제 중국으로 간 일은 이례적이다. 사전 징후가 없었던데다 김 위원장의 5월 초 방중 이후 넉달이 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머물고 있었다. 북쪽 나름의 급박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이번 일이 갑작스럽긴 하지만 지금 북쪽 처지와 북-중 관계 현실을 생각해보면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경제난이 계속되는 북쪽으로선 5월 방중 때 가장 많은 내용을 차지했던 경협 문제를 빨리 진전시키고 싶을 것이다. 44년 만에 열리는 다음달 초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후계체제 문제 등을 분명하게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핵문제와 대미·대남 정책 등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 위원장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거라는 추측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된 목적이 무엇이든 방중 결과는 두 나라 관계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나타날 것이다. 북쪽으로선 믿고 손을 내밀 수 있는 나라가 중국뿐이고, 중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북쪽을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다. 특히 북쪽 체제의 안정에 대해서는 두 나라의 이해가 일치한다. 주목되는 것은 두 나라가 핵문제와 관련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밑그림을 그릴지 여부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깊은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제 우리 정부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더 중요해졌다. 그러잖아도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6자회담 재개 문제를 협의하려고 우리나라를 방문중이다. 미국도 인도적 목적으로 제한하긴 했지만 카터 전 대통령을 북한에 보내는 등 대북 대화를 재개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 실질적인 핵협상을 할 수 있는 틀을 짜나가야 할 때다. 정부는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관련국과 접촉을 강화함으로써 주도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북 압박에 매달리는 태도를 고수해서는 핵문제 악화는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각종 돌발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북쪽 최고지도자의 연이은 방중은 북쪽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정부는 이를 북한 급변사태의 징조로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되며, 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갈수록 대결상태로 치닫는 남북관계부터 바꿔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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