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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26 21:17 수정 : 2010.08.26 21:17

국가인권위원회가 전문성도 인권 보호 의지도 완전히 잃어가고 있다. 인권침해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지만 적극적인 조사 의지를 보이지도 않고, 의견을 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인권운동가들의 땀과 노력 덕분에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던 인권위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싶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집요하게 계속된 인권위 무력화 시도 탓이다. 이런 시도의 핵심은 인권 지킴이가 될 의지도 없는 이들로 조직을 채우는 것이었다. 특히 지난해 7월 현병철 위원장 취임이 결정적이다. 현 위원장은 인권 보호 의지가 의심스러운 건 물론이고 조직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조차 무시했다.

위원장부터 이러니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지난 23일 열린 전원위원회는 위원장만 문제가 아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 인권위원은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달 넘게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을 모른다고 말하는 이가 인권위원이니 일이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이날 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귀결인지 모른다. 인권위가 야간집회 금지 문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대한 국가의 명예훼손 소송 등에 침묵했던 전력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인권위가 인권 지킴이 구실을 포기하니 그동안 내부에서 애쓰던 이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 특히 인권위 설립의 산증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김형완 인권정책과장이 지난 주말 사표를 낸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렇게 민간 출신자들이 떠난 자리는 일반 공무원들이 채워가고 있다. 자연히 전문성도 떨어지겠지만 더 큰 걱정은 독립성 훼손이다.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일반 공무원들은 아무래도 정부의 눈치를 보기 쉽다. 자칫하다간 일반 관료 조직과 다르지 않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더는 지켜보기만 해선 안 된다. 인권위가 억울함을 풀 길 없는 이들의 친구이자 후원자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압박하고 견제하는 게 시급하다. 정부나 인권위가 태도를 바꿀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일반 시민들이 나서는 길밖에 없다. 이웃의 인권이 보호되지 않는 한 내 인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연대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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