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29 21:12
수정 : 2010.08.29 21:12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사퇴했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과다. 이들의 거취 문제를 놓고 빚어질 소모적 대립과 갈등을 생각하면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세 사람이 낙마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들의 도덕적 결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오만과 독선으로 점철된 8·8 개각이 빚은 자충수라고 할 수 있다. 소통과 화합이라는 민심의 요구를 거스른 채 정치적 이미지 효과와 친정체제 구축을 노린 무리수가 어떤 치명적 결말로 이어지는지를 이번 파동은 잘 보여준다.
비록 세 사람이 사퇴했다고는 하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다른 후보자들은 몰라도 최소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버티기는 용인하기 어렵다. 그는 전직 대통령과 천안함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막말에다 위장전입 등 범법행위 전력까지 드러나 이미 치안총수로는 부적격 판정을 받은 상태다. 세 사람이 물러나는 마당에 그를 경찰청장에 임명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
세 사람의 중도하차는 형식적으로는 자진사퇴의 형식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청와대 쪽의 지시와 종용이 있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따라서 조 후보자의 거취 문제 역시 열쇠는 청와대가 쥐고 있다. 어차피 청와대가 민심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기로 작정했다면 조 후보자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옳다.
이번 사태를 통해 가장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청와대는 이들 후보자의 흠결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으나 이 대통령이 “일만 잘하면 된다”고 하자 그냥 밀어붙였다. 이런 이 대통령의 아집이 결국 내각 인선안을 누더기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죄송청문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후보자들이 연신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진정으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사람은 바로 이 대통령이다. 구멍 뚫린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이나 민정수석·인사비서관 등 참모진에 대한 문책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인사철학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제도를 정비하고 인사 실무자를 바꿔도 잘못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중도하차 후임자를 어떤 인물로 고를지에 모아진다. 만약 이 대통령이 이번에도 회전문 인사, 측근 중용 인사 등을 고집한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거센 민심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사람 부족 탓만 할 게 아니다. 발상을 바꾸고 시야를 넓혀 보면 좋은 인재는 널려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대통령이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정운영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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