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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31 21:07 수정 : 2010.08.31 21:07

이라크 주둔 미군 전투병력의 철수가 완료됨에 따라 미국은 어제 이라크 전투 임무를 공식 종료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개전 명령으로 2003년 3월20일 이라크를 침공한 지 무려 7년5개월 만이다. 내년까지 이라크 군경을 교육·훈련할 5만명의 비전투요원이 남지만 이라크전은 사실상 종료단계로 들어갔다. 만시지탄이지만 전쟁의 전말을 냉정하게 분석해 교훈을 삼을 때다.

미국의 침공 명분은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고 이라크인들을 사담 후세인의 학정에서 해방시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량살상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침공을 위한 거짓 명분으로 곧 확인된 것이다. 그러자 미국은 후세인을 제거해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가져다줬다며 애써 침공의 의미를 부여해왔다. 그러나 이라크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 허구성은 금방 드러난다. 이라크가 지난 3월 총선을 치른 뒤 반년이 지났지만 정부조차 구성하지 못하는 건 단적인 실례다. 이라크 군경도 미국이 떠난 공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취약하다. 민주주의를 말할 상황이 아니다.

반면 그동안 이라크인들이 치른 대가는 너무 크다. 이라크전 사망자 수 조사단체인 ‘이라크 보디 카운트’는 미국의 침공부터 지난 7월까지 민간인 사망자가 10만여명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전투병력까지 합치면 그 수는 두배에 육박한다.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도 200만명에 이르고 실업률은 30%에 가깝다.

침공은 미국에도 엄청난 비용을 요구했다. 미국이 이 전쟁에 쓴 돈은 7500억달러나 되고 내년까지는 8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전 세계은행 부총재 등은 미국 경제에 끼친 영향까지 고려하면 실제 비용은 3조달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인명 피해도 적지 않아 8월 현재 4400여명의 미군이 숨졌고 3만2000여명이 다쳤다. 더 심각한 타격은 정당성 없는 전쟁으로 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된 점이다.

이제 미국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내고 비용을 치렀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압도적인 화력의 우위에도 베트남전쟁에 이어 이 전쟁마저 이길 수 없었던 까닭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미국이 자신의 역사와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은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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