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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01 21:21 수정 : 2010.09.01 21:21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그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에 의해 사찰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이상득 의원이 미리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을 불법사찰의 ‘몸통’으로 공개적으로 지목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가 하면 홍사덕 의원은 어제 “친이-친박 갈등이 심화됐을 때 초선의원 2명과 재선의원 1명이 사찰 문제와 관련해 매우 의미심장한 호소를 해왔다”고 말했다. 남경필·정두언·정태근 의원에 이어 한나라당 안에 불법사찰 피해자가 더 있었던 셈이다.

청와대도 이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언급을 했다. 청와대 사정라인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화랑이나 사업 등에서 부정한 힘을 쓰고 있다는 제보가 쏟아졌는데 사실 여부를 알아보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찰 사실을 시인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문제될 게 뭐냐’는 공세적 태도로 나온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됐으니, 사찰 문제를 어물쩍 덮고 넘어갈 순 없게 됐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실무자 몇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끝내고 의혹의 핵심인 지시 또는 보고받은 자에게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괴 따위의 변명을 대지만, 수사를 못 한다기보다는 안 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제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방법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 한나라당은 조현오 경찰청장의 허튼 발언을 갖고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조사 특검을 하자고 덤볐다. 그것에 비하면 불법사찰에 대해 특검을 실시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정치적 비중을 봐도 그렇고 이미 청와대가 사찰 사실을 시인한 점에 비춰봐도 특검 도입은 불가피하다.

불법사찰 논란은 여권의 파워게임 양상도 띠고 있지만 그것은 곁가지일 뿐 본질이 아니다. 이 사안은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가치인 자유와 인권에 관한 문제다. 몸통으로 지목받은 이상득 의원부터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만약 결백하다면 특검 수사를 통해 혐의를 벗겠다고 나서는 것이 정상이다. 사찰을 당한 의원들 역시 불법사찰을 입증할 자료가 있다면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비선세력의 권력사유화, 국정농단의 문제를 그냥 덮어둬서는 아무리 공정한 사회 운운하는 구호를 외쳐봐야 구두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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