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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심한 ‘국새 사기극’, 빼돌린 금은 또 어디로 갔나 |
온갖 의혹의 대상이던 제4대 국새의 제작이 결국 한판의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전통기법으로 국새를 제작했다던 민홍규 전 국새제작단장은 그제 경찰 조사에서 그런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애초 공언했던 전통가마도 없었고, 600년 비전의 전통방식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씨는 그 과정에서 챙긴 금으로 도장 따위를 만들어 힘있는 이들에게 선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가의 상징인 국새가 거짓과 비리로 더럽혀진 셈이다. 여기에 온 나라가 놀아났다니 참으로 부끄럽고 어처구니가 없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책임은 국새 제작을 책임진 행정안전부에 있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행안부는 국새 제작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거나 검증하지 않았다. 국새를 제작하는 동안에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직원 한 명이 감독업무를 전담했다고 하고, 국새가 완성된 뒤에는 제원·함량·무게 등이 기재된 결과 보고서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애초 포함되기로 돼 있던 주석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는데도 이에 대한 확인은커녕 마치 포함된 양 문서처리를 했고, 금이 옥새에 얼마나 투입됐는지도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금을 들여 국새를 만들면서도 검증과 확인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사기 혐의를 받는 민씨 못잖게 허술한 예산집행과 부실한 국새 제작·관리에 대한 정부의 책임도 엄하게 물어야 한다.
다른 의혹도 적잖다. 경찰은 민씨가 2007년 국새 제작 과정에서 금 1.2㎏을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씨가 이 금으로 금도장 따위를 만들어 정치인 등에게 선사했다는 폭로도 있었다. 사실이라면 이를 받은 이가 누군지, 무슨 명목으로 받았는지 등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경찰이 별 혐의 없다고 얼버무리려다간 장차 더 큰 의혹으로 번질 수 있다.
국새는 국가공무원 임명장과 각종 훈·포장, 외교문서, 헌법 개정 공표문 등 중요 문서에 국가를 상징하는 관인으로 사용된다. 국가의 중요 상징물인 만큼 추문으로 얼룩져 이미 품격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 즉각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옳다. 균열이 생긴 제3대 국새를 보수하더라도 장기간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새롭게 국새 제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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