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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사프로 폐지가 경쟁력 강화라는 문화방송 경영진 |
<문화방송> 경영진이 시사고발 프로그램 ‘후플러스’와 국제 시사 프로그램 ‘더블유’(W)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경영진이 내세우는 이유는 종합편성채널 도입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와 시청률 제고다. 공영방송 경영진이 시청률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것도 지나치지만, 더 큰 문제는 ‘시사 프로그램 죽이기’다. 문화방송 경영진과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그동안 꾸준히 시사 프로그램들을 견제하고 억압해왔다. 심지어 경영진은 얼마 전 ‘피디수첩’의 방송을 갑자기 보류시키는 무리수까지 둔 바 있다.
기자들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보도제작국 구성원들은 성명을 내어 “‘연성 뉴스’ 확대와 ‘심층 비판보도’ 축소를 통해 시사보도를 시청률에만 복무하도록 관리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또 전직 뉴스후·후플러스 제작진들은 “권세 있는 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방송물을 없애려는 의도가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굳이 더 보탤 말도 없는 정확한 지적이다. 방송의 주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가 권력에 대한 비판·견제다. 이는 상업방송조차도 소홀히 해선 안 되는 일이니, 공영방송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문화방송 경영진이 내세우는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시사 프로그램 축소는 잘못이다. 광고에 크게 의존하는 현재 구조 때문에 시청률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긴 하다. 하지만 공영방송 경쟁력의 한 축은 깊이 있고 질 좋은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을 때 공영방송은 존재 이유가 있다. 민간 상업방송처럼 시청률에만 매달린다면 공영방송이 왜 필요한가.
특히 더블유는 국내 방송에서 드물게 깊이 있는 국제 시사 프로그램이다. 제3세계의 인권이나 기아 같은 주제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접근해 호평을 얻고 있다. 밤늦게 편성되는 이 프로그램마저 시청률이나 광고판매 등 때문에 없애겠다는 건 해도 너무했다. 이는 국제 시사 프로그램은 아예 생각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후플러스와 더블유는 계속 방송돼야 한다. 아니 공영방송을 자처한다면 이런 프로그램들을 더 늘리고 질도 개선해야 한다. 질 좋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광고판매와 연결시킬 것이냐는 제작진의 몫이 아니라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이다. 문화방송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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