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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병영문화 ‘개혁’ |
그제 한 전방소초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참극은 병영생활이 여전히 비인간적이고 자칫 어이없는 죽음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국민들 사이에 깊게 심었다. 가뜩이나 널리 퍼져 있는 병역기피 심리를 더욱 키우지 않을까 우려된다. 병사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
군 당국 발표대로라면 참극을 일으킨 병사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많다. 그는 동료들한테 무차별 총격을 하는 등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고도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최전방 근무에 적격자가 아닌 듯한데, 미리 걸러내지 못한 원인을 잘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문제점에 모든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현재 군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병사가 열에 한 명꼴이나 된다고 한다. 이는 낡은 병영문화에 더 큰 책임이 있음을 뜻한다.
많이 고쳐졌다고는 하나, 병사들이 고된 훈련보다 비인간적인 내무반 생활을 더 고달파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민주화한 사회 분위기에서 성장한 신세대 병사들이 알아서 적응해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병사 개개인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제 병사들 사이 결속력을 키우고 군의 사기를 높이기가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한겨레>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03년 8월 각종 가혹행위를 금지한 군당국의 조처가 나온 뒤 전역한 이들 가운데도 절반 이상이 가혹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번 참극이 일어난 소초에서도 마음에 큰 상처가 될 언어폭력은 여전했다. 군 지휘부가 그동안 가혹행위 금지 조처를 일방적으로 하달하기만 했을 뿐, 새로운 규범과 행동양식을 마련하는 일은 소홀히 한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또다른 참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병영문화를 획기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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