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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04 16:48 수정 : 2010.09.04 16:48

외교통상부가 유명환 장관의 딸을 외교부에 ‘나홀로 특채’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처 수장의 딸을, 그것도 한 사람만 특별채용하는 배짱과 뻔뻔함이 놀라울 뿐이다. 나라가 청년실업 문제로 온통 몸살을 앓고 있는데 정부 주요 부처가 장관 딸의 취업에나 골몰했다니 기가 막힌다.

유 장관은 뒤늦게 사과하고 딸의 응모를 취소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채용 절차에는 흠이 없는데 오해를 받아 문제라는 식의 태도부터 온당치 않다. 특채 과정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1차 모집 때 응시자 전원을 불합격 처리한 것부터가 유효기간이 지난 영어인증시험 성적을 제출한 유 장관 딸을 배려한 조처라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외교부 간부들이 특채 면접관으로 참여한 상태에서 장관의 딸을 봐주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교체가 예상되는 유 장관이 장관 재직중 딸을 외교부에 취직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유 장관은 그동안 “야당 찍은 젊은 애들은 이북 가서 수령님하고 살아야 한다”는 따위의 막말로 물의를 빚어왔다. 게다가 외교 사령탑으로서 우리 외교가 총체적 벼랑끝으로 몰리게 된 책임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물러나도 일찌감치 물러났어야 할 인물이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거기에 이런 추문까지 일으켰으니, 앞으로 국가를 대표해 다른 나라 정부 대표를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 장관은 국가 체면을 위해서도 당장 사퇴해야 한다.

이번 소동은 정부가 외치는 ‘공정한 사회’가 한낱 구호일 뿐 현실에서는 지위와 부의 세습 현상이 더욱 굳어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당장 5급 공무원 특채 비율을 50%까지 늘리겠다는 정부의 행정고시 개편안에 우려의 눈길이 쏟아진다. 특채 확대가 ‘끼리끼리’ 정실 인사나 상류층 자녀 특혜 통로로 변질될 수 있음이 이번 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민들 사이에서 “없는 집안 자식이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청와대는 기회 균등이니 약자 배려니 하는 말잔치를 늘어놓기 앞서 유 장관 거취 문제부터 엄정히 처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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