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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다른 ‘유명환식 특혜’가 있어선 안 된다 |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통상부의 유명환 장관 딸 특채 파문과 관련해 유 장관을 사퇴시키기로 했다. 당연한 조처다. 고위공직자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어떻게든 뭉개려 들었던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는 신속하게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선 바람직한 변화이기도 하다. 들끓는 국민 여론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던 탓이겠다.
이번 일은 임기 반환점을 지난 이명박 정부의 공직 기강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 장관 딸의 특채가 발표된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유 장관의 임기는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로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 힘 있는 자리에 아직 있을 때 사적 이익을 취하려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로 그 며칠 전 총리·장관 후보자들이 도덕성 논란 때문에 낙마한 것을 보고서도 장관 딸 특채를 감행했으니, 공정성과 도덕성에 대한 불감증이 놀랍다.
이런 식으로 특혜나 이권을 챙기려는 공직자들은 대통령 임기 뒤쪽으로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 실력 말고 권력과의 유착이나 논공행상으로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더할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선언한 ‘공정사회’ 원칙을 주변에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이유다.
외교부의 인재채용 방식과 관행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유 장관 딸 말고도 외교관 자녀가 외교부에 특채된 경우는 여럿이라고 한다. 외교부 안에선 외교관 자녀의 특채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도 있다. 채용 과정에서 외교관인 부모가 영향을 미치는 따위 공정성과 투명성을 잃은 일이 또 얼마나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불신은 2013년부터 외무고시 대신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외교관을 충원하겠다는 외교부 방침에도 이어질 수 있다. 계획대로 서류전형과 면접 등을 통해 외교아카데미 입학생을 뽑는다면 외교관 자녀가 상대적으로 우대를 받지 않을지, 얼마나 공정하고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지, 외국어 능통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특별전형은 제대로 이뤄질지 따위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일로 그런 의심은 더해졌다. 몇 년 전까지 있었던 외무고시 2부시험도 응시자격을 제한하고 시험과목을 줄여준 탓인지, 고위직 외교관 자녀가 합격자의 절반에 가까웠다. 어떤 식으로든 특혜가 있어선 안 된다. 공직자 선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더 엄정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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