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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결정 무시하고 종편 밀어붙이겠다는 방통위 |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미디어법과 관련해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소송의 결과와 무관하게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헌재가 미디어법 처리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도 이를 무시하더니 또다시 같은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헌재의 결정과 그 취지를 무시하는 건 국가 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률적 논란이 정리되기 전에 일을 추진하는 것은 쓸데없는 부담을 자초하는 꼴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위법하게 처리됐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한나라당은 야당의 재논의 요구를 계속 무시했다. 그러자 야당은 다시 국회의장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아 권한을 침해받았다며 헌재에 부작위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 대한 결정은 다음달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는지에 따라 국회에서 미디어법을 전면적으로 다시 논의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게다가 헌재의 지난해 결정이 미디어법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도 아니다. 헌재 결정 직후 한나라당 쪽에서 미디어법 자체는 유효하다고 주장하자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이 국회에 나와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하 사무처장은 헌재가 미디어법이 유효하다고 인정한 것이 아니라며 국회 스스로 절차적 위법성을 해소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석연 법제처장 등 많은 헌법 전문가들도 같은 지적을 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미디어법이 무효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니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이제라도 이런 막무가내식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이런 사정을 종합할 때 종편 사업자 선정은 적어도 헌재 결정 이후 상황을 봐가면서 다시 검토해야 마땅하다. 법률적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만큼 시급한 일도 아니다. 이 점은 방통위의 행태에서도 확인되는 바다. 애초 방통위는 하루라도 빨리 종편을 도입해야 방송 경쟁력이 생기는 것처럼 주장하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막상 법이 개정되자 사업자 선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렇다고 다시 일처리를 서두를 특별한 사정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다.
방통위는 종편 사업자 선정 방식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온갖 특혜를 주면서 보수신문들의 방송 진출을 돕는 식으로 사업자를 결정해서는 강력한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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