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9.06 21:01 수정 : 2010.09.06 21:01

서울 남부지검이 지난 주말 양천고 재단이사장을 급식비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08년 4월 당시 이 학교 교사였던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시교육청에 재단 비리를 고발한 지 2년 만이다. 아이들 먹을거리를 빼돌려 배를 불린 사학재단의 비교육적 행태가 단죄를 받게 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사건이 처리돼온 과정을 보면 사학비리 해결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절감하게 된다. 재단 이사장이 자신의 가정도우미 등을 내세워 급식업체를 세우고 그 급식업체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있음을 인지한 김 교사가 300쪽 분량의 근거자료와 함께 시교육청에 의혹을 제기했지만, 교육청 쪽은 감사를 통해 관련자들에게 경고·주의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시지부가 이 사안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수사 경찰은 한차례 형식적인 고발인 조사 이후 3개월 만에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고발인 쪽이 이에 불복해 재수사를 요구하자 검찰은 이사장의 사소한 비리만 인정한 뒤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그사이 김 교사는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파면됐다. 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복직됐지만 복직 닷새 만에 다시 파면됐다. 서울의 동일여고 등에서 학교 비리를 고발한 뒤 파면이나 직위해제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다른 교사들의 전례가 반복된 것이다.

하지만 김 교사는 굴하지 않았다. 200일 이상 양천고와 남부지검 앞에서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했다. 마이동풍이었던 남부지검이 재수사에 나선 것은 그가 서울시 교육의원에 당선된 6·2 지방선거 이후였다. 남부지검은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라 장기간 포기하지 않고 수사해 성과를 낸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진정 수사 의지가 있었다면 급식비리 이외의 다른 비리도 좀더 엄정하게 수사했어야 한다.

사실 사학비리가 끊이지 않는 데는 감독 관청이나 검경이 비리 사학을 비호하며 지나치게 온정주의적 태도를 보인 탓이 크다. 그러다 보니 사학비리를 고발한 내부고발자들이 칭찬은커녕 거리로 내몰리기 일쑤였다. 그 틈바구니에서 고통을 겪는 것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다. 이번 양천고 사태가 우리 사회가 사학비리에 좀더 엄격해지는 계기가 돼야 할 까닭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