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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학생에게 낙인찍은 ‘대출제한대학’ 발표 |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이 2011학년도 신입생부터 학자금 대출을 제한받게 될 30개 대학 명단을 공개했다. 졸업생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등 교육여건과 성과지표에 대한 평가에서 하위 10%에 속한 대학들이다. 이번 조처로 제한대출그룹에 속하게 된 24개교의 신입생은 등록금의 70% 한도 안에서, 최소대출그룹으로 지정된 6개교 신입생은 30% 한도 안에서 대출을 받게 된다.
이 조처가 주목받는 것은 대출제한 대학 명단 공개가 간접적으로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출제한 조처로 영향을 받게 될 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신입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그 가운데서도 소득 7분위 이하 계층 출신은 제외되며, 든든장학금이라는 이름의 취업후학자금상환제도에는 적용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번 조처의 본뜻은 부실대학 구조조정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과부도 이 조처가 대학의 책무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속내의 일단을 드러냈다. 사실 대학 구조조정은 우리 교육계의 중요한 과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5년이 되면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도 신입생 충원율이 70%가 안 돼 교직원의 급여도 제대로 못 주는 대학이 수두룩한데, 앞으론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구조조정 수단으로 삼아 명단 공개부터 한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부실대학과 그들을 방치한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을 애꿎은 재학생들에게 전가한 꼴이기 때문이다. 신입생이야 해당 대학을 선택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재학생들은 부실대학 출신이란 낙인이 찍혀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게 뻔하다.
부실대학 정리를 제대로 하려면 죄 없는 재학생과 교직원의 피해를 줄일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대학선진화위원회는 사립대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해 교직원 재취업과 재학생 전학에 드는 돈을 정부가 지원하고, 학교법인 해산 때 남은 재산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관련 내용을 담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은 물론, 이번 조처로 피해를 보게 된 재학생들의 전학 허용 등 구제 조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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