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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 첫 공연중단 사태 부른 국립극장의 효율지상주의 |
국립극장이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채 무용극을 시작했다가 10여분 만에 중단하는 사태를 빚었다. 그제 국립무용단이 ‘제4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준비한 <소울 해바라기> 공연에서 벌어진 일이다. 무용단이 소속된 국립극장예술노조는 쟁의 차원에서 공연을 30분 늦추겠다고 했지만 극장은 이를 무시하고 공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노조원 30명을 빼고 19명만으로 시작한 공연은 결국 도중에 중단됐다.
극장 쪽도 다수의 단원이 참여하지 않으면 공연이 제대로 되지 않을 걸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공연을 강행해 국립극장 역사상 최초의 공연중단 사태를 부른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금 늦게 시작하거나 아예 공연을 취소하는 게 상식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로 노사 갈등이 더 심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극장과 노조 쪽의 갈등은 단체 운영 방식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몇년 전부터 국립극장 전속 단체들의 법인화를 추진해왔다. 또 기존의 전속 방식을 유지하는 단체에 대해서도 연봉제나 성과급 같은 기업식 보상 방식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국립창극단·무용단·국악관현악단 등이 소속된 예술노조가 문제삼는 건 보상 방식이다. 극장 쪽은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성과급의 비중을 30%로 하자고 주장하고, 노조는 그 비중을 10%로 하자고 맞서고 있다. 성과급 비중이 너무 높을 경우 지나친 경쟁과 줄서기의 병폐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노조 쪽 주장이다.
공연예술 단체도 효율성을 무작정 도외시하긴 곤란하다. 하지만 핵심은 여전히 예술성이다. 상업적 자립 기반이 마련되기 힘든 공연단체의 경우 이 문제가 특히 중요하다. 국립극장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효율만 내세우면 창극·무용과 같은 예술은 존립하기 힘들다. 부분적으로 경쟁 요소를 도입하더라도 단원들의 조화와 협력을 깨뜨리지 않는 장치가 필요하다. 효율을 내세우다 예술을 망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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