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학생 앞에서 교권을 이렇게 유린해도 되나 |
경기도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교장이 학생들 앞에서 교사들을 때린 사실이 최근 도교육청의 감사 결과 밝혀졌다고 한다. 이 학교 교장은 개학 직후 학생들의 용의검사를 한 뒤 용의 불량 학생이 있는 반의 담임교사들을 회초리로 1~3대씩 때렸다는 것이다.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잘못 때문에 교사가 매를 맞는 모습을 보면 크게 반성하리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참으로 당치 않은 망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교사들은 안팎으로 치이며 지낸다. 사교육 담당자들에 비해 무능하다는 억울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고, 학교를 ‘수면실’로 여기는 아이들과 씨름해야 한다. 교육관청은 교원평가 등으로 닦달을 하며 개혁의 적인 양 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버팀목이 돼줘야 할 교장이 아이들 앞에서 교사를 때린 것은 그나마 남아 있는 교사의 도덕적 권위마저 무너뜨린 짓이다. 심각한 교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교권 존중 없이 교육현실을 변화시킬 순 없다. 학생인권조례나 혁신학교 등 개혁을 추구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에 앞서 교권보호헌장을 만들었던 것도 그런 까닭에서였다. 교권헌장은 교육활동과 관련해 인간으로서 존엄과 행복을 추구할 교사의 권리와, 교권 침해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교육행정당국의 책임을 규정했다. 도교육청은 교사의 존엄성을 침해한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해 엄정한 처분을 내림으로써 교권 침해를 막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번 사건이 누구를 상대로 하든 학교 안에서 사용되는 물리적 폭력은 비교육적이란 인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교장에게 매를 맞은 교사가 모욕감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체벌을 당하는 학생들 역시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교사의 존엄성과 권위가 소중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존엄성도 소중하다. 이런 인식을 교사들이 갖게 될 때 행복한 학교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