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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란과 충돌만 불러올 ‘북 안정화 작전’ |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이 함께 참여하는 북한 안정화 연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에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안정화 작전을 했느냐는 질문에, “아프간전과 이라크전 교훈 중 하나는 전투와 함께 안정화 작전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언급은 한·미가 북한 급변사태 때 군사력을 북쪽 지역에 투입하는 훈련을 했다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안정화’는 말이 안정화이지 실제로는 군사작전이며 점령정책이다. 특히 대북 ‘개념계획 5029’에 따르면 북한의 정치적 급변 상황시 미군이 지휘하는 한·미 연합군을 북쪽에 진주시킨다는 것이다. 우리가 침략을 당한 것도 아닌데 병력을 선제적으로 전개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무엇보다 북쪽 역시 군사력으로 대응함으로써 전쟁을 부르기 십상이다. 국제법적인 정당성도 취약하다. 미군의 북한 진주는 중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명분을 제공해, 국제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북한을 안정화하기는커녕 되레 혼란과 충돌이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지금의 개념대로라면 북한에서 정변이 발생할 경우 한국군은 방어준비태세(데프콘)를 높이도록 돼 있다. 데프콘이 일정 단계 이상으로 올라가면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자동으로 한미연합사령관한테 넘어간다. 따라서 안정화 작전의 결과로 북쪽 지역에서 군정이 실시된다면 그 주도권도 미군이 행사하게 돼 있다. 이것은 한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중대한 문제다.
미국은 나름의 이유 때문에 ‘안정화 작전’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북쪽 지역의 핵무기를 확보한다거나 동아시아 지역의 국제정치적 주도권을 넓히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이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노무현 정부가 개념계획 5029를 실제 작전계획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유보했던 것도 이런 까닭이다. 설령 북한에 혼란이 일어나더라도 평화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북쪽 주민들 스스로 사태를 수습하도록 하면서 필요한 일은 남북대화를 통해 추진하거나, 남쪽 주도 아래 국제적 협력을 모색하면 된다. 한·미 군사당국은 잘못된 발상을 지금이라도 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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