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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처럼의 남북 대화 단서를 적극 살려나가야 |
북한이 나포했던 대승호를 되돌려보낸 데 이어 그제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제의했다. 이에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일회성으로 끝낼 게 아니라 정례화하자고 맞제의했다. 남북관계가 단단히 얼어붙었던 터에 제한된 수준에서나마 대화 제의가 오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모처럼의 대화 단서를 놓치지 말고 잘 살려나가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지금 상황은 1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국면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때도 북한은 조문 특사 파견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대화 기회가 마련됐으나, 한 차례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킨 정도의 볼품없는 성과에 그쳤다. 그런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는 필요하다. 고령화한 이산가족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말로만 주장할 게 아니라 상봉 정례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이를 위한 유력한 방법이 될 것이다. 상봉을 정례화하려면 상봉 장소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와 호텔 등이 다시 열려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가 이렇게 맞제의에 진정성을 보완한다면 남북 간 합의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움직임에는 천안함 국면을 매듭짓고 6자회담 재개로 넘어가자는 미국의 의도를 읽고 신호를 보내는 성격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엊그제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처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남쪽 역시 6자회담 재개로 가는 흐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게 마땅하다. 금강산 관광은 이런 맥락에서도 유용한 해법이 될 수 있다. ‘5·24 천안함 사건 후속조처’에 묶여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기 어려운 처지에서, 민간 차원의 우회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정부 고위당국자는 “5·24 조처에 따른 남북관계, 북한의 식량 사정,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쌀 지원 등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대화 분위기로 전환하려는 싹이 움트고 있다. 정세 변화 속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어차피 천안함 문제에만 집착해선 해법도 없다. 창조적인 국면 타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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