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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러고도 ‘공정 수사’가 가능하겠는가 |
퇴직 검사들이 직전 근무지 인근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는 행태가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사직한 뒤 개인사무실을 연 20명 중 15명이 자신의 최종 근무지에서 개업했다. 몇몇 고위 간부들은 자신이 근무했던 청사 바로 옆 건물에 사무실을 차리기도 했다. 이들이 직전 근무지 인근에 변호사 사무실을 여는 까닭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얼마 전까지 함께 근무했던 후배나 동료 검사들을 배경으로 사건 수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퇴직 검사들의 이런 개업 행태는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며칠 전까지 상관으로 모시던 부장검사가 변호사가 돼 사건을 들고 오면 담당 검사가 그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겠는가. 그럴 검사도 없진 않겠지만 십중팔구는 선배 변호사를 선임한 쪽에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사건의 다른 상대방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이 아무리 공정하게 수사한다 하더라도 국민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런 폐해를 없애려면 퇴직 검사들이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이 소속됐던 검찰청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과거에도 이런 논의들이 몇 차례 있었지만 변호사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따위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검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변호사단체의 반발이 있더라도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른 시일 안에 이를 입법화해야 한다.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검찰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처다.
직전 근무지에 개업한 퇴직 검사들의 수임료에 대한 관리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퇴직 검사들이 직전 근무지에 사무실을 여는 것은 사건 수임이 유리할 뿐 아니라 높은 수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변호사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수임료를 챙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다 수임료를 막기 위해서는 국세청이 일정 기간 동안 직전 근무지 개업 변호사에 대한 세무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퇴직 검사들의 직전 근무지 개업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공정 수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과 국회가 나서 이에 대한 제도적인 규제 틀을 마련해야 한다. 법조인의 직업윤리에만 마냥 맡겨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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