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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문투성이 천안함 조사 결과, 국회에 검증 맡기자 |
국방부가 어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사실상 ‘최종’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문 제기가 잇따랐던 까닭에 근거의 보완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어제 발표를 보면 핵심 쟁점들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천안함 스크루 관련 의혹이다. 국방부는 엔진과 스크루를 잇는 추진축이 어뢰 폭발 충격으로 뒤로 밀리면서 발생한 축관성력 때문에 스크루가 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뢰가 함선의 왼쪽 물밑에서 폭발했다는데 왼쪽 스크루는 멀쩡하고 오른쪽 스크루만 휜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기초적 의문점을 그대로 둔 채 합동조사단이 그동안 무엇을 보완조사했다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스크루 변형은 천안함 좌초설의 핵심 논거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폭약 성분이 천안함 함체에서는 검출됐지만 정작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어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폭발에 따라 엄청난 충격파가 일어났을 터인데 생존자들의 부상이 경미한 점도 해명되지 않았다. 이밖에 폭발에 따른 고열로 어뢰추진체의 페인트는 녹아내리는데 ‘1번 잉크’가 지워지지 않은 점을 비롯해, 숱한 쟁점들이 미해결로 남았다.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스웨덴 조사단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비접촉 수중 폭발로 침몰했다’는 데는 동의하되, ‘그 행위자가 북한의 소형 잠수정’이라는 점에는 입장을 유보했다고 한다. 이것은 국방부 쪽이 객관적 자료의 범위를 넘어 과도한 해석을 꾀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방증이 되고 있다. 국방부 조사를 살펴봤던 러시아 조사단은 ‘북한 어뢰공격 결론’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부가 러시아 쪽 보고서 입수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조차 거부하는 것도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정부는 어제 보고서 채택으로 사건 원인 논의를 끝내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사건에 대한 원인 규명이 너무 부실하다. 중간발표 때와 다른 실체를 밝혀낸 것도 없다. 천안함 사건은 장병들의 희생 측면에서 보나 안보적 의미로 보나 이런 상태로 덮고 갈 일이 아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좀더 객관적이고 적극적인 후속조처가 요구되는 건 이 때문이다. 조사권까지 부여한 국회 천안함 특위를 재가동하는 것은 그런 조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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