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14 20:34
수정 : 2010.09.14 20:34
여권이 제기한 공정사회론은 나름대로 기대를 모으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일회성 구호가 아니라 의지를 갖고 분야별 정책들을 구체화해 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의 기류를 보면 여권의 의지와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제 한나라당 지도부는 자못 의아스러운 발언들을 내놨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공정한 사회 만들기가 사정 바람으로 변해 서민 경제의 부담으로 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복지부동의 사회를 만들고 경제적 소비가 줄어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의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안상수 대표는 “공정사회란 개념은 너무 추상적이라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며 “공정사회의 기준은 법치주의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다 경제 활력을 거론하며 공정사회 논의에서 속도와 내용을 조절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읽힌다. 공정사회를 위해 아무런 정책도 추진해보지 않고 속도 조절부터 거론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알 수가 없다. 법치주의를 말하지만, 법대로만 해달라는 게 중소기업의 하소연이다. 기득권층의 반발에 대한 우려만 잔뜩 묻어난다.
당내 서민정책특별위원회 활동을 둘러싼 ‘포퓰리즘 논쟁’도 이해되지 않는다. 홍준표 최고위원이 주도한 서민특위는 두달여 활동 끝에 66개의 서민정책 과제를 마련했으나 당 지도부의 제동에 부닥쳤다. 이에 따라 활동 결과물을 당정협의에도 부치지 못하고 책자로 만들어 관련기관에 뿌리기로 했다고 한다. 집권당이 특위를 만들었다가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하는 경우는 전례가 드물다. 친서민을 표방한 취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집권당의 일처리 방식과 수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게 만든다.
한나라당이 어제 친서민·공정사회 관련 정책이라며 확정한 40개 법률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나서서 공정사회론을 집권 후반기 국정 화두로 제기한 것에 걸맞은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미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법안들에 ‘친서민, 공정사회’라는 모자만 씌워 시늉을 한다는 인상이 짙다.
여권이 공정사회론을 제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은 있다. 개념 정립을 하고 정부여당 차원에서 공감대를 확산할 시간이 필요할 터이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행태들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의 실망과 의구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 분명하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