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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15 19:57 수정 : 2010.09.15 19:57

고려대학교가 200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교들 사이의 학력차를 반영하기 위해 수험생들의 내신등급을 보정한 행위는 사실상 고교등급제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창원지방법원은 어제 고려대 수시 2-2 일반전형에 응시했다 떨어진 수험생 24명의 학부모들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렇게 밝히고, 학교는 원고 각각에게 위자료 7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온 이른바 명문 사립대학들의 고교등급제 실시 의혹을 일부 확인했으며, 나아가 고교등급제의 부당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고려대가 의도적으로 일류고 출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고등학교별 학력 차이를 반영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합리성이 결여되고 정당성을 상실한 경우, 또는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부당하여 재량권을 일탈 내지 남용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입시 지원자들이 관여할 수 없는 출신학교의 학력차를 근거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고려대는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형방식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면서 등급제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특목고생 몇명을 더 뽑겠다고 고교 교육 전체를 왜곡하면서 ‘민족 고대’ 운운하니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고려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 사실상 고교등급제가 더욱 교활한 방식으로 확대돼왔다는 사실이다. 이번 소송이 제기된 이듬해인 2010학년도 고려대 신입생 중 외고 출신 비율은 18.6%에서 25.2%로 오히려 늘었다. 연세대도 19.2%에서 29.1%로 증가했다. 수시전형에서 외고 출신이 유리한 전형을 확대하고 수능성적만으로 뽑는 정시의 우선선발 비중을 늘린 탓이다. 날로 확대되는 입학사정관제 역시 사실상 등급제를 심화시킬 위험이 농후하다. 사정관제는 애초 개천에서 용을 찾아낸다는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오히려 등급제에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등 벌써부터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입시를 책임지는 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까지의 무책임한 태도에서 벗어나 공교육 정상화를 가로막는 일부 대학의 파행적 입시 운용을 막을 실질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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