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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17 09:03 수정 : 2010.09.17 09:03

[사설]

정리해고에 맞서 농성을 벌이다 다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건강보험 혜택도 박탈당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지난해 8월 농성하다 경찰에 맞아 다쳤던 쌍용차 해고자 4명이 최근 건강보험급여 환수 통보를 받았다. 전체 액수도 3000만원이나 된다. 해고를 당한데다 크게 다치기까지 했는데 치료비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몰렸다.

이토록 가혹한 일이 벌어진 건 정리해고에 맞선 농성을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데서 비롯됐다. 국민건강보험법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할 때는 급여를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세운 급여 환급의 근거는 이 규정이다. 불법 농성이라는 걸 알고도 참여했으니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법 적용이 공단으로서는 일상적 행위일지 모르지만 노동자들로서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파업을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낙인찍은 것부터 받아들이기 힘들다. 게다가 이들의 부상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내몰리다 당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 한명은 옥상에서 떨어져 1년 동안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경찰의 과잉진압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문제 삼을 정도로 말썽이 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제대로 된 사과나 위로의 말도 듣지 못했다. 오히려 범법자란 딱지만 날아왔다.

여기에 건강보험공단마저 이런 사정에 대한 고려도 없이 보험 혜택을 박탈하려 하니 노동자들의 울분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게 무슨 사회보험이냐’는 그들의 말을 그저 흘려들어선 곤란하다.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는 것은 국민이면 누구나 적용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이 권리를 보장하려 만든 게 건강보험이다.

공단의 법규 적용은 법률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대법원 판례는 상해가 행위자의 범죄행위에 전적으로 기인하거나 주된 원인이 돼야 보험 적용을 제한하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 예외 조처를 남발하지 못하게 하는 건 건강보험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공단은 이에 맞춰 업무 규정을 바꿔야 마땅하다. 나아가 논란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정부가 노동자의 파업권을 정당한 권리로 존중해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보장되지 않는다면, 공정사회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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