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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짬짜미와 봐주기’ 의심받는 야당엔 미래가 없다 |
요즘 민주당을 보면 제 본분을 잊은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황식 총리 후보자 문제가 바로 그렇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 지명 사실이 발표되자마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가 호남 출신이라 대놓고 환영하는 것으로 비친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여권과는 이미 서로 얘기가 다 된 양 말했다. 그래선지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총리로서 능력을 확인하는 데 치중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적당히 사정을 봐주고 호되게 추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아닌 게 아니라 민주당은 추석 연휴 직후인 29~30일 청문회를 열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했다. 의혹을 확인하고 자료를 제대로 살펴보기엔 턱없이 빠듯하다. 청문회 바로 다음날 보고서를 채택한다는 합의도 했다. 검증이 시늉에 그칠 것임을 굳이 숨기지 않은 셈이다. 짬짜미로 ‘봐주기 청문회’를 하려 한다는 의심은 피하기 힘들어졌다.
이미 김 후보자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터이다. 그는 증여세 포탈 의혹을 받고 있고, 말바꾸기와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도 있다. 감사원장 재임 때는 4대강 사업 감사에 소극적이었고, 정치적 중립성도 의심받았다. 모두 도덕성과 자질에 관한 문제다. 이를 외면한 채 호남 출신이니 봐주자는 생각이라면 스스로 지역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잖아도 최근 민주당의 모습에선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민주당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의원직 사퇴서 처리를 한나라당과 짬짜미해 미뤘다. 민간인 및 정치인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몇 차례 비난하는 말만 내놓았을 뿐, 특검 도입 등 진실을 규명하려는 구체적 행동은 미흡하다. 이런 일이 한둘이 아니다. 여야의 대화정치가 복원됐다지만, 야당이 견제와 국민 여론 대변이라는 할 일을 놓고 있다면 이는 대화와 소통이 아니라 야합일 뿐이다.
민주당이 자만하는 게 아니냐는 눈길도 있다. 총리·장관 후보자 사퇴 등으로 야당의 정국 주도가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야당이 잘해서라기보다, 정부·여당으로서도 더는 국민 여론을 외면하기 힘들어진 탓이라고 봐야 한다. 4대강 사업 강행 등 국민 뜻을 무시하는 정부 행태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아무 일에나 협조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이 위임한 한도를 넘는 일이 된다.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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