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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 최고 도박중독 국가, 왜 이렇게 됐나 |
우리나라가 언젠가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도박중독 국가가 됐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실태조사 결과 성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6.1%(2010년)로 나타났다. 상담 또는 치료가 필요한 중독자가 230만명이라는 것으로,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유병률은 영국(1.9%, 2007년), 캐나다(1.7%, 2005년), 오스트레일리아(2.55%, 2006년) 등과 비교해 매우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카지노나 경마 등을 레저로 생각하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 놀이동산처럼 즐기러 카지노를 찾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을 따려고 달려들다 보니 중독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10여년 사이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스포츠토토, 소싸움 등 사행산업 수와 규모가 크게 팽창했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 대비 사행사업 비중(2006년)이 0.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0.45%)보다 훨씬 높아졌다. 사업마다 시행 이유가 있었겠지만 도박중독자가 양산될 토양이 됐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도박중독은 본인과 가족을 파멸에 빠뜨린다. 경각심을 늦추지 말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엊그제 ‘도박중독 추방의 날’을 맞아 폐해를 알리는 거리캠페인 등이 벌어졌지만 일회성 행사는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사행산업이 무분별하게 팽창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최근 4대강에 선상 카지노를 도입하자는 연구보고서까지 냈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다 도박중독 폐해까지 더할 수 있으니 비판받아 마땅한 발상이다.
중독자들이 도박의 덫에서 빠져나오도록 돕는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가기관은 사감위 산하 중독예방치유센터가 유일하다. 중독자 예방·치유에 투입되는 예산도 정부와 민간을 합쳐 연간 160억원에 불과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중독자 33만명을 위해 연 366억원을 쓰는 데 비해 시늉에 그치는 수준이다. 사행산업 시설에서 운영하는 도박중독자 센터도 허울뿐이다. 예컨대 강원랜드 센터는 출입정지를 당한 중독자한테 몇시간 치료를 하고 도박장 출입을 허용한다고 한다. 명절 등에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당연한 듯이 화투를 즐기는 관습도 도박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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