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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장의 자유’ 거부하는 오세훈 시장의 오만과 독선 |
서울시가 시청 앞 서울광장의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고 광장에서 자유롭게 집회할 수 있게 하는 조례 개정안의 공포를 거부했다. 광장의 자유를 갈구해 조례를 발의한 주민들과 이 조례를 재의결까지 한 시의회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서울시는 거부 이유로 신고제가 ‘공공재산의 사용은 허가제를 원칙으로 한다’는 상위법에 어긋나며, 집회와 시위에 관한 사항을 조례에 명시하는 것은 법리체계에 어긋난다는 점을 든다. 서울광장은 시민이 언제든지 자유롭고 평화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시의회가 조례안을 공포할 경우 소송으로 저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의 이런 태도는 한마디로 시민의 뜻과 시의회를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들어 광장 사용을 허가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옳지 않다. 도로나 광장은 그야말로 공공의 장으로서 다른 공공건물이나 시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도 광장은 시민들의 집회와 의견교환의 장으로 기능해왔다. 공공의 장을 표현의 자유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란 게 학계의 일반론이다.
또한 서울시는 신고제가 돼 집회의 자유가 허용되면 시민들의 자유롭고 평화로운 광장 사용이 지장을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허가제로 운영하며 자유로운 광장 사용을 막은 것은 바로 시 당국이었다. 지난 4년 동안 서울광장에서 이뤄진 행사의 절반이 서울시와 정부 주도의 관변행사였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문화제나 4대강 평화염원 한마당처럼 자발적인 시민 행사는 대부분 거부됐다. 10만명이 넘는 주민이 광장조례 개정 발의에 동참한 것도 서울시의 이런 자의적 잣대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개정 조례안은 집회가 광장 사용목적에 맞지 않거나 폭력 등이 우려될 경우에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신고를 반려할 수 있게 하는 보완장치를 뒀다.
조례 공포 거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들의 뜻에 귀닫고, 새로 구성된 시의회와 대결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시의회는 조례 개정안을 곧바로 공포해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하며, 서울시는 궤변을 멈추고 시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해야 마땅하다. 앞으로 광장 문제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오 시장과 서울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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