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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24 08:46 수정 : 2010.09.24 08:46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각종 행정처분의 근거 마련 등이 개정 이유라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검인정 교과서 체제의 무력화로 이어질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국가가 전면 통제하는 국정교과서 체제로 돌아가려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정부의 개정안은 교과부 장관에게 검인정 교과서 수정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주도록 했다. 검정 교과서를 수정하라는 명령을 저자나 발행인이 어겼을 때는 검정 합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취소 처분을 받으면 3년 동안 검정 신청도 할 수 없도록 했다. 교과부의 수정 명령을 어기면 교과서 시장에서 아예 퇴출시킬 수 있다는 으름장이다. 검정효력 정지 정도의 처분을 내려야 할 경우에도 거액의 과징금을 대신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대통령령에도 정부의 교과서 수정 명령을 어기면 검정 취소나 검정효력 정지의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지만, 이번엔 상위 규범인 법으로 그 권한을 못박고 사업기회 봉쇄나 금전적 손실 부과 조항을 신설해 강제력을 더했다. 이쯤 되면 누구도 정부의 수정 명령을 거스르기 어렵다.

개정안의 독소 조항은 이뿐만이 아니다. 교과용 인정도서 역시 ‘이런저런 사유로 계속 사용하기 어렵게 됐다’는 교과부 판단만으로 교과서 인정이 취소될 수 있게 됐다. 교과서의 수정 절차나 범위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에 폭넓은 재량권을 줄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교과부가 이런 힘을 다 갖게 되면 민간이 만드는 검인정 교과서도 언제든 정부 뜻대로 고칠 수 있게 된다.

애초 검인정 교과서의 도입·확대는 국정교과서 체제의 한계와 위험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국정교과서 체제로는 권력의 자의적 개입을 막을 수 없을뿐더러,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구현하기 힘들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 사회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검인정조차 교육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나라도 여럿이다. 그런 터에 교과부가 검인정 교과서의 취지를 훼손하는 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는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8년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파동 탓에 교과서 수정을 쉽게 하려고 그랬다면 더 위험천만하다. 행정기관이 멋대로 권력을 휘두르자고 교육의 자율 추세를 역행하는 게 정당화될 순 없다. 당장 법 개악을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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