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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26 20:23 수정 : 2010.09.26 20:23

17살 이하 여자축구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남녀 대표팀 선수들이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한 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고 최고 성적표까지 거머쥔 것이다.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소녀들이 흘린 땀과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축구 기량을 본격적으로 익힌 첫 여자축구 세대다. 육상, 필드하키 등을 하다가 종목을 바꾼 선배들과 달리, 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공을 몰고 운동장을 누벼왔다. 우리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뛰어난 위기대처능력과 골 결정력을 발휘해 여러차례 불리한 경기 흐름을 뒤집은 것도 이런 노력을 통해 기량을 제대로 익혔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자신감과 당당한 모습이 자랑스럽다.

대표팀의 자율적인 분위기도 오늘의 쾌거를 이루는 데 한몫했다고 평가된다. 태극소녀들은 경기를 앞두고 매번 주장을 중심으로 자율회의를 열어 공격과 수비 방법 등을 자유롭게 의논했다고 한다. 감독과 코치는 회의 진행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실제 경기에서 선수들 사이의 소통이 좋아졌다고 하니, 더욱 연구해 발전시켜 나갈 일이다.

최덕주 감독은 푸근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의 지론은 “축구는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즐기려고 하는 것”이었다. 또한 “아이들을 윽박지르고 체벌을 가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없다”고 믿었다. 그는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해도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고 한다. 선수들이 감독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신들끼리 소통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한 그의 리더십은 여러모로 귀감으로 삼을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성과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여자축구를 집중육성한 데 따른 반짝효과라는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여자축구는 여전히 소수 엘리트 중심에 머물고 있다. 클럽을 중심으로 105만명의 여성이 축구를 즐기는 독일에 견주면 16개의 고교 여자축구팀에 선수 345명이 전부일 정도로 초라하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국제대회의 성과도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여자축구에서도 생활체육의 저변을 넓히고 이를 기반으로 엘리트 체육을 세워나가는 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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