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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27 22:12 수정 : 2010.09.27 22:12

이화여대가 내년부터 취약계층 입학생에게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장학금 제도를 시범실시한다고 밝혔다. 선발된 학생들은 등록금 전액과 연간 600만원가량의 생활비를 지원받고, 지방 학생은 기숙사까지 무료로 제공받는다고 한다.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간에 생활비를 벌려 애면글면하지 않아도 되게 했으니 실질적인 장학 혜택이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보다 엉뚱하게 성적이 좋은 학생 유치에만 초점을 맞춘 다른 여러 대학의 장학제도에 견줘보면 이대의 방침은 단연 돋보인다.

이대의 장학 실험은 구멍이 숭숭 뚫린 정부의 장학금 제도와도 대비된다. 현 제도에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1년에 450만원의 장학금을 줄 뿐이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는 현실에선 턱없이 부족하다. 모자라는 등록금과 생활비는 대출해준다지만, 지금도 어려운 빈곤층 대학생들에겐 장래에까지 빚을 짊어지고 가라는 것일 뿐이다. 그나마 정부 지원을 받는 학생이 대학에서 생활비 등을 지원받게 되면 중복수급이라며 기존의 장학금까지 중단된다. 장학금 신청에서도 성적 기준 등이 까다로워, 생활비 마련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저소득층 학생들로선 여간해선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 실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대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은 수혜자나 지급 금액에서 애초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친다. 이래서는 빈곤층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가난을 벗어나긴 어렵게 된다. 이대의 새 제도는 이를 보완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대는 새 장학금 제도에 1억5000만~2억원을 배정했다. 연간 등록금이 평균 880만원 정도이니, 수혜자는 고작 10명 정도로 예상된다. 누적 적립금이 6000억원을 훌쩍 넘고 지난해 결산에서만도 756억원을 남긴 이대로선 보잘것없는 규모다. 여력이 충분한 만큼, 새로운 발상으로 장학 혜택을 더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 힘이 있는 대학이 이대만도 아닐 것이다.

정부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실제 빈곤층의 처지를 살피지 않는 시늉뿐인 장학제도로는 교육을 통한 빈곤 탈출은 불가능하다. 취약계층의 장학금 신청 자격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장학 혜택이 실제 학비에 근접할 정도로 현실화돼야 한다. 이대의 새로운 실험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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