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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28 20:06 수정 : 2010.09.28 20:06

북한 정권이 어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함으로써 후계자 내정을 공식화했다. 김일성 주석에서 김 위원장,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째 권력 세습에 시동을 건 셈이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나 사회주의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으며, 왕조 국가에나 있을 법한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행태이다. 더욱이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의 생활상의 문제도 거의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로선 봉쇄된 대외 여건을 탓하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체제의 무능과 비효율은 분명히 확인된 터였다. 그러한 문제점을 잔뜩 지닌 체제가 3대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세습의 정당성도 매우 허약하다. 무엇보다 김정은은 고작 20대 후반의 나이로 이렇다 할 업적과 활동이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인민군 대장의 칭호를 부여받을 만한 군 경력도 전혀 없다. 취약한 권력 세습의 정당성을 보완하고자 구축하는 듯한 후견 체제도 기이하기 짝이 없다. 이번에 김정은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은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은 김 위원장의 동생으로 김정은의 고모이다. 북한 2인자로 꼽히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그의 남편이며 김정은의 고모부이다. 친족들이 권력 핵심부에 똘똘 뭉쳐 포진하는 것은 권력을 가업으로 여기는 발상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일성-김정일 승계 때와 비교해 이번 세습은 앞으로의 추진 과정도 더 불투명해 보인다. 우선 김정일 위원장이 당 비서직 등을 받고 20년 가까이 후계자 수업을 거친 것과 달리 김정은은 그럴 시간이 적다. 그렇다고 이 때문에 북한 정권이 갑자기 붕괴한다거나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북한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은 외부의 상상과 달리 북한 주민들은 권력 세습 문제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1994년 김정일 체제가 등장했을 때도 북한 위기론이 무성했지만 16년이 지나도록 아무 일이 없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는 동시에 외부의 잣대로 재단하기 어려운 북한 사회의 특수성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권력 승계를 계기로 강경한 대외정책 기조로 선회하리라는 보수층 한쪽의 전망도 섣부르다. 북한의 권력은 김 위원장이 여전히 확고하게 장악한 상태로 정책 변화를 점칠 근거는 많지 않다. 김정은에게 선군정치의 맥락에서 대장 칭호를 부여했지만, 선군정치는 대외 군사노선이라기보다는 내부용 정치담론 성격이 강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와 관련국들의 지혜로운 대처가 중요하다. 북한은 권력 승계가 시작된 만큼 후속 체제 보완 과정의 가변성이 커질 수 있다. 이럴 때 관련국들이 유연하게 대응하면 북한 체제에도 유연한 인물군이 들어서기 쉽지만, 압박 일변도로 가면 강성 체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주시하되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를 가다듬는 게 중요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잖아도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정부의 정책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혹시라도 이번 정세 변화를 대북정책 전환을 미루는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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