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29 20:02
수정 : 2010.09.29 20:02
정부가 어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을 내놓았다. 2~3차 협력사에도 하도급법을 확대 적용하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는 대기업 진입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중소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대책도 적지 않지만 이런 정도로는 대-중소기업 상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친대기업 일변도의 정책을 펴온 정부가 중소기업의 어려움 해소에 나선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낮출 때는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대책이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각종 불공정행위를 일삼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한 것도 의미있는 조처다. 국회에서 입법이 차질없이 추진되길 바란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정부의 대책은 앞뒤가 뒤바뀌었다. 지금처럼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가 제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다. 친대기업 성향인 정부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단속에 미온적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바란다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정한 단속과 처벌을 하겠다는 의지를 먼저 천명했어야 한다. 이런 조처 없이 추진되는 동반성장 대책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건 당연하다.
정부의 접근 방식도 잘못됐다. 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는 강자인 대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약자인 중소기업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것과 같다. 이런 문제를 대기업의 선의에 맡겨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 태도가 강해지면 대기업들은 잠시 고개를 숙이는 듯하지만 관심이 줄어들면 과거의 행태로 돌아가곤 했다. 따라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대기업들이 원천적으로 불공정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의 선의와 자율에 호소하는 방식으로는 불공정행위 근절도 동반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구체적인 대책도 미흡하다. 납품단가 연동제나 불공정거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 핵심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빠졌다.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부여하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선정해 대기업 진입을 자율적으로 규제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시장에서의 우월적 힘을 바탕으로 불공정행위를 일삼는 대기업을 확실히 규제하지 않는 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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