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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장 차질 없도록 채소 수급 대책 세워야 |
무·배추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배추 한 포기에 1만5000원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4배나 비싸다. 이러다가는 김장도 포기해야 할 판이다.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서민들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채소값이 오른 것은 올해 이상기후로 여름철 무더위와 폭우가 장기간 지속됐기 때문이다. 또 태풍 곤파스가 중부지방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채소와 과일 작황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문제는 채소값 파동이 예전처럼 일시적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여름철 배추·무를 공급하는 강원도 고랭지와 준고랭지 지역 농민들은 올해 채소 농사를 거의 망치다시피 했다. 출하량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었고, 출하되는 물건들도 상품성 있는 것들은 거의 없다. 당분간 무·배추 값이 내려가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음달 말부터 출하되는 가을배추를 재배하는 충청·호남 지역은 그래도 약간 나은 편이다. 배추의 경우 비 때문에 모종 심기 때를 놓쳐 생산량이 10~15% 줄겠지만 전체적인 수급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것도 그때까지 날씨가 좋을 것이란 전제에서 나온 전망이다. 비라도 몇 번 내리면 공급이 악화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날씨 때문에 채소농사 망친 것을 두고 정부 탓을 할 수는 없다. 그것도 올해는 유례없는 이상기후였다. 그러나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적절한 대책을 세웠는지는 의문이다. 채소값은 이미 한두 달 전부터 급등했다. 고랭지 배추는 여름에 고온과 폭우로 무름병이 돌아 작황이 형편없을 것이란 전망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추석 제수품 공급에만 매달려 채소류 수급에는 소홀했다. 최근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대책을 세우겠다고 나섰다.
현재의 전망으론 오는 11월 김장철 수급 상황도 매우 불확실하다. 그때까지 채소값 폭등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내년 봄까지 안 먹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려서라도 시급히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급식·가공업체들까지 경영난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발표될 정부 대책이 두루뭉술한 겉핥기식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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