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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반도체 유해물질, 정부 감독 강화하라 |
참여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4개 사회단체가 그제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노출평가 부문 자문보고서’와 보고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세 차례의 현장조사를 거쳐 만든 보고서는 삼성반도체의 유해 화학물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2월부터 6개월 동안 46차례나 화학물질이 누출됐다. 화학물질이 1시간35분 동안이나 새어나온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공장에서 쓰는 화학물질 가운데 삼성조차 성분을 모르는 것들도 꽤 있다고 한다. 이래서는 반도체공장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삼성은 자문보고서가 최대한 비판적인 입장에서 분석한 것이고 작업장은 법 기준보다 더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0종의 화학물질은 삼성조차 성분을 정확히 모른다고 인정했다. 납품업체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은 또 화학물질 누출이 밀폐된 설비 내부에서 발생한 일이라 피해가 없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표준작업절차를 지키며 작업했는데도 경보가 발생한 만큼, 구조적 문제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대충 넘어가선 안 된다.
또 한 가지 놀라운 건 그전에 이미 지적된 문제점을 삼성이 적극 개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에서 지적됐는데, 1년 뒤의 서울대 자문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문제가 적어도 두 건이다. 화학물질의 성분 파악이 미흡하다는 점과 기계나 물질의 교체, 세척 담당자가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과연 삼성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가운데 백혈병 등 희귀질환에 걸린 것으로 이미 확인된 사람이 60명 가까이 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세상을 떴고, 또 일부는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할 때, 법 규정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하는 건, 세계 일류를 지향한다는 삼성으로선 무책임하다.
이제 반도체공장의 허점이 확인된 만큼, 정부도 이제 방관만 해선 안 된다. 삼성 반도체공장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다른 반도체업체 상황도 점검해야 한다.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작업 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정부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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