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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슬프고 짜증나는” 총리 후보자 김황식 |
엊그제 이틀 동안 국회에서 열린 김황식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 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슬프기도 하고 짜증난다.” 김 후보자의 병역 면제를 두고 한 말이지만, 김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본 심정을 잘 드러낸 표현이기도 하다.
석연찮은 재산·금전 문제 등에 대한 김 후보자의 답변부터가 그렇다. 딸의 아파트 잔금을 치른 날 자신의 계좌에서 1억2400만원이 빠져나간 것에 대해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과 3년 전의 일이고, 평소 금전 거래가 많은 사업가가 아닌데도 무작정 잡아떼고 보자는 식이다. 증여세 탈루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뭔가 또다른 말 못할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거짓임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감사원 7급 직원을 부인의 개인 운전기사로 활용한 사실에 대한 해명도 짜증난다. 그는 “공무원을 사적으로 쓰면 직권남용”이라면서도, “그 직원의 업무엔 운전이 포함됐다”며 자신의 경우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태호 후보자도 똑같은 사안이 낙마의 주요한 이유가 됐다는 점에서 그의 이런 태도는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최대 쟁점이었던 병역기피 의혹은 그가 종합병원에서 받은 시력검사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많이 수그러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마저 “국민들은 정말 김 후보자가 병역면제를 받을 때 이런 증상이 있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그가 총리가 되면 결국 이 정부는 대통령-총리-여당 대표가 모두 병역면제자 일색으로 채워지게 되니 슬픈 노릇이다.
대법관과 감사원장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계속 자리를 바꾸는 문제에 대한 김 후보자의 해명도 실망스럽다. 감사원장으로는 마지못해 “울면서 갔고”, 총리 역시 “원하지 않는 자리”였다는 게 그의 답변 아닌 답변이었다. 그는 심지어 “대통령께 물어보고 싶다. 왜 그렇게 저를 쓰시는지 정말 궁금하다”는 말마저 했다. 과연 막중한 국무총리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감사원장 재직 때 보인 연약하고 줏대없는 모습까지 고려하면 ‘김황식 총리’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게 상책인 듯싶다. 과연 이 나라에 김 후보자 말고는 총리를 맡을 인재가 그토록 없는 것인지, 한마디로 슬프고 짜증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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