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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급증한 퇴직 공직자 짬짜미 취업과 무너지는 공직윤리 |
고위 공직자가 업무연관성이 밀접한 사기업체로 옮기는 ‘짬짜미 취업’ 문제가 심각하다. 참여연대가 지난해 퇴직 공직자 130명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최소 44명(34%)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을 제한해야 마땅한 분야의 사기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참여연대가 2006년 이래 5년째 같은 기준으로 공직자 전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런 부적절한 전업자 비율이 최근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공직자에 대한 취업 승인 결과를 두고 관련 법령을 적용해 심사의 적절성을 다시 분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재직중 업무감독 대상이었던 사기업체나 협회에, 그것도 퇴직을 전후해 미리 정해놓았다가 곧바로 옮아앉는 사례가 수두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경찰청 경비국장은 인터넷 보안업체 사장으로, 정보통신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정보통신업체의 대외협력 담당 간부로 옮겼다. 이들은 자신이 몸담았던 기관을 상대하는 로비스트로 변신할 것이며, 이에 따라 정부기관의 공무수행의 공정성이 흔들릴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눈앞에서 훤히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해 눈을 질끈 감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형식적 업무처리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짬짜미 취업 비율은 2006년 이래 몇 해째 줄어들다가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다소 개선되는 듯하던 공직문화의 투명성이 후퇴하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 여러 해에 걸쳐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고 전업 때 윤리심사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 성과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과 표현의 자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과거 시대로 돌아가는 퇴행 현상이 빚어지던 터이기에 씁쓸함은 더하다.
이런 상황을 방관하면서 공정한 사회를 외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역겨운 일이다. 정부 차원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 심사 결과 모두를 재검토하는 게 마땅하다. 이를 통해 공직자의 재취업에 관한 사회적 기준을 다시 세우는 게 좋을 것이다.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을 늘리고, 청탁이나 로비 등 퇴직 공직자의 이해충돌 행위를 제한하고 처벌하는 등의 제도 보완도 아울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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