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민 분노 해소하려면 신뢰회복 노력부터 |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그제부터 쌀협상 무효화를 요구하며 전국 지역별로 ‘농민 총파업’을 시작했다. 오는 28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1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농민대회를 연다고 한다.
요즘같이 바쁜 농사철에 농민들이 이름도 낯선 ‘총파업’에 나선 것 자체가 성난 농심을 대변한다. 농민들은 정부가 농업을 지킬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밀실협상을 벌였다며 협상안의 국회 비준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정부 쪽은 불리한 여건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며, 밀실 협상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런 항변은 먹히지 않고 있다. 농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한 탓이다. 그동안 정부는 각종 시장개방 협상 때 농업과 다른 부문의 이해가 상충하면 농업을 희생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에도 일부 협상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부는 신뢰를 또 잃었다. 그래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신뢰를 얻기 위한 정부의 성의있는 자세와 노력이다.
농민들이 분노하는 다른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빚더미에 앉은 농민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땅투기 열풍을 어떤 심정으로 볼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불만을 해소하려면 희망을 줄 농업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초 10년 동안 119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농업·농촌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많은 농민들은 ‘투기꾼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농촌과 농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조속히 중장기적인 식량 자급률을 설정해 법제화하는 것이다.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으려는 노력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