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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철회로 ‘김선일 교훈’ 실천해야 |
김선일씨가 이라크 저항세력에 납치돼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된 지 오늘로 한 돌이 된다. 그의 가족과 친척들에게 다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죽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의 죽음이 남긴 교훈과 과제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잊혀지는 것 같아 더 가슴 아프다. 우선 그의 죽음은 정부의 재외국민 정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나 이후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지난해 말 아시아 남부에서 지진해일이 일어났을 때도 정부는 재빨리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댔고, 대국민 서비스를 맡는 영사인력은 지금도 변화가 없다. 전쟁·테러 지역에 출입을 제한하는 재외국민 보호 관련법과 여권법도 1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김씨 피살의 원인이 됐던 자이툰 부대의 철군은커녕 파병 기간 재연장과 임무 변경까지 거론되는 데 있다. 지난해 정부는 김씨 납치가 <알자지라방송>에 공개되자마자 파병 철회 불가 방침을 밝혀, 그의 죽음에 일조했다. 당시 저항세력은 “당신들의 군대는 이라크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주받을 미국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고, 이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얼마 전 윤광웅 국방장관은 고민의 흔적조자 보이지 않은 채, 올해 말로 파병 시한이 끝나는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 동의안을 국회에 낼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테러가 잇따르는 에르빌에 설치될 유엔기구 청사 경비까지 자이툰 부대가 맡는 것에 대해서도 “평화·재건 활동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미 자이툰 부대는 지난달 말 저항세력의 포탄 공격까지 받은 상태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파병을 철회하는 데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김선일씨가 지하에서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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