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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산가족 상봉 합의, 남북관계 개선 돌파구로 |
남과 북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와 금강산호텔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상봉 규모는 남과 북 각각 100가족씩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동안 상봉 장소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의 연계를 주장해온 북쪽은 “이번만큼은 조건 없이 금강산 면회소에서 상봉 행사를 열겠다”고 양보했다. 남쪽 역시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할 별도 접촉 요구에 “추후에 관계당국에서 논의하겠다”고 양보했다. 남북 양쪽이 인도적 견지에서 한발씩 양보해 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이다. 남쪽에만 60만~7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산가족이 있고, 그 대부분은 일흔이 넘었다. 정부 당국에 상봉을 신청하고도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은 사람이 벌써 4만여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남북이 정치적 이유로 상봉 문을 열어놨다 닫았다 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일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고 규모도 대폭 늘리는 것이 반세기 넘게 이산의 아픔을 지닌 채 살아온 동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런 점에서 정례화를 위한 적십자 본접촉을 하기로 합의한 것은 잘한 일이다. 추후 회담에서는 전임 정부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상봉이 갑작스레 중단됨으로써 이산가족들이 겪었을 크나큰 아픔을 고려해 상봉을 이전 수준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남북 당국은 이번 합의를 2008년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최근의 천안함 사건에 이르기까지 경색되기만 해왔던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근 후계체제 구축을 가시화한 당대표자회를 전후로 북한은 유화적 태도를 보여왔다.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을 석방하고, 남북 군사접촉에 나서는가 하면,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먼저 제안한 것도 북한이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라 밖에서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움직임들이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협의는 새로운 권력틀을 짠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를 가늠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관광 재개를 위한 3대 조건이나 천안함 문제를 고집해 남북관계를 그르치지 말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앉아서 북한의 자멸을 기다리는 정책은 이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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