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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야권 연대와 진보의 중심으로 거듭나야 |
민주당이 어제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와 최고위원을 새로 뽑았다. 손학규 새 대표를 비롯해 당 운영에서 거리를 뒀던 이들이 대거 지도부에 들어왔으니, 민주당에 대한 그동안의 실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새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민주당이 견제와 대안 세력으로서 한층 분명하고 힘있게 제구실을 해주기 바란다.
이번 전당대회에 대해선 아쉬움이 적지 않다. 치열했던 당내 경쟁과 달리 전당대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극히 저조했다. 유력한 대표 후보들이 스스로 ‘빅 스리’라며 온갖 구호와 약속을 내세웠지만 하나같이 국민의 기대와 믿음을 받기엔 크게 모자란 탓이겠다. 더구나 민주당은 야당 지도부를 뽑겠다면서 한나라당도 도입한 국민여론조사 등 민심을 반영할 장치는 아예 배제했다. 야당이 가장 큰 힘으로 삼아야 할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얻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러고선 야당의 개혁과 변화를 힘있게 이끌긴 어렵다.
그러잖아도 민주당의 새 지도부에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져 있다. 그 첫째는 총선과 대선을 대비해 야권연대의 틀을 갖추는 일이다. 지난 6·2 지방선거로 범야권은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발판을 마련했다. 민주당 혼자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점도 거듭 확인했다.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야권연대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이 이를 되새기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만 앞세운다면 야권연대는 어려워진다. 국민의 질타와 외면도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새 지도부가 당내에서 자기 세력 확대에 열중하거나 집단지도체제의 함정에 빠져 당권 다툼에 휩싸인다면 민주당은 영영 기회를 잃게 된다.
구호 말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도 시급하다. 무너져가는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대안과 비전을 민주당이 제시하지 못한다면, 누가 당권을 쥐느냐 따위는 한갓 우물 속 다툼에 그치게 된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정강·정책을 채택했다. 유력 후보들도 앞다퉈 새로운 진보를 다짐했다. 구체적인 정책 프로그램으로 이를 현실화시킨다면 민주당은 유권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보수 여당과 다른 점을 내세울 수 없게 된다. 한나라당에 한때 몸을 담았던 손 대표로선 진보개혁 진영의 중심으로 민주당을 이끌기 위해서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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