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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민을 ‘해적’으로 여기는 경찰 |
경찰이 도입을 추진하는 ‘음향대포’는 외국에서는 해적이나 테러리스트 등을 상대로 사용하는 장비다. 2005년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이 호화유람선에 접근하자 150㏈(데시벨)의 압축음파를 발사해 퇴치시킨 적도 있다. 음향대포가 미국에서 생산돼 사용되면서도 안전성 검사 같은 게 필요없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적’을 제압하기 위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경찰은 지금 이 장비를 시민들을 상대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시위 참가자들을 해적과 같은 존재로 보지 않고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이 장비는 경찰 스스로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도입을 보류했던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 시절이던 지난 4월 경찰청에 도입을 건의했으나 ‘안전성 미검증’을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불과 다섯달 전에는 안전성 때문에 음향대포를 사용할 수 없다던 경찰이 청장이 바뀌고 나서는 태도가 180도 바뀌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은 상상 이상이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라면 사격 훈련 때 귀청을 때리는 총소리의 후유증에 대해 잘 안다. 난청과 귀울림(이명) 현상으로 평생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음향대포의 위험성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서울과 같은 도심에서는 음파가 건물에 반사돼 소음의 강도가 더 커질 수 있고, 시위 참가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까지 피해를 입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장비의 한국 특허 출원자마저 “음향대포의 각도를 전방으로 잡아놓고 150㏈의 소리를 발사하면 고막이 터질 수도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무기’를 경찰은 제대로 된 안전성 검증 절차마저도 생략한 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음향대포를 사용하기도 전에 이미 경찰이 귀가 먹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국민들은 아직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조 청장의 전직 대통령 모독 행위, 위장전입 등 각종 불법성 행위를 잊지 않고 있다. 당연히 중도사퇴했어야 할 사람이 자숙하기는커녕 시민의 안전을 뒷전에 내팽개치고 ‘신무기’ 도입부터 밀어붙이는 행태는 묵과하기 어렵다. 조 청장은 위험천만한 음향대포 도입 방침을 하루빨리 거둬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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